어쩌다 보니 타공박스가 내 화장대가 됐는데 용도에 맞게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약간 오합지졸 느낌이지만 사진의 왼쪽부터 순서대로 침착히 소개를 해보겠다.

1. 트리아밀리아 레조나레 컬크림
준오헤어를 이용하다 알게 된 컬크림이다. 100ml 31000원이라 쓰고 있으면 부자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에센스와 컬크림 기능을 동시에 해준다고 한다. 에센스 기능도 해서 그런지 타 컬크림보다 뭔가 2% 다른 촉촉함과 팅글함(?)이 있다. 중요한 날에는 꼭 쓰는 최후의 컬크림이다. 머리가 부스스해서 컬크림 양을 많이 쓰는 편인데 가격이 사악해서 퍽퍽 쓰지는 못하고, 결국에는 아까워서 이미 컬크림에 에센스 기능이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센스를 미리 좀 바르고 컬크림을 바르게 된다.
2. 미장센 컬크림
다슈내추럴컬크림보다 약간 러프한 느낌으로 컬을 살려준다. 향이 포도향인지 뭔지 미묘한 달달한 향기가 나는데 개인적으로 약간 거부감이 든다. 향은 다슈가 압승이다. 다만 다슈의 반값으로 다슈와 비슷하게 컬을 잡아준다. 향은 아쉽지만 갓성비 컬크림이다. 데일리하게 막 쓰고 싶을 때 좋다.
3. 이지듀 멜라 씨 비타 에센스 토너
어차피 토너 살 거, 기미에 도움 되는 제품 쓰고 싶어 샀다. 비타민씨 상큼한 향기 낭낭하고 촉촉하게 얼굴을 정리해 준다. 몇 번 안 써봐서 효과는 모르겠으나 기분은 좋다.
4. 다슈 프로 에어리 폴리쉬 오일
다슈는 확실히 향기에 강하다. 레몬향이 너무 좋아서 먹고 싶을 지경이다. 머리를 차분히 진정시켜 주나 떡져 보이게 할 위험이 있는 오일이다. 어떻게 해야 떡져 보이지 않게끔 가볍게 잘 바를 수 있을지 연구가 필요한 오일이라 많이 쓰지 못하고 있다.
5. 라네즈 크림스킨
썬크림을 바르기 전에 얼굴에 촉촉히 뿌려서 기초스킨케어 한 척할 수 있다. 보습력이 좋다.
6. 이지듀 멜라토닝 원데이 앰플 (DW-EGF)
디더블류 이지에프가 뭔진 모르겠으나 매일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쓰는 앰플이다. 하루만 써도 효과가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두 달 정도 써보고 있는데 기미 자체가 밝아지는 건 잘 모르겠는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피부톤이 밝아지는 느낌은 있다. 기미가 밝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아주 잘 팔아먹는 브랜드다. 속는 셈 치고 1+1 행사할 때 좀 쟁여뒀다.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케어하는 느낌도 나고 기분이 좋으니 계속 쓰긴 할 것 같다.
7. 달리프 클로렐라 베러 루트 헤어 토닉
회사에서 열받을 때 계속 뿌려대는 토닉이다.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향이 은은하고 거슬리지 않는다. 머리도 적당히 쿨링감이 있고 좋다. 가격이 험악한 준오헤어 트리아밀리아 두피 에센스를 쓰다가 이걸 써보니 돈 굳는 맛이 들고 쏠쏠하다. 다 쓰면 왠지 재구매할 것 같다.
8. 미장센 에센스, 수퍼 리치 세럼
미장센은 향에 재능이 없다. 수퍼리치세럼, 스타일링 세럼 둘 다 향이 부담스럽고 답답하다. 뭔가 무겁고 꾸덕한 점도(?)도 약간 불편하다. 에센스의 기능을 충실히 하지만 향 때문에 다시 구매하고 싶진 않다. 에스파는 절대 이 세럼을 쓰지 않을 것이다.
9. 힐링버드 리바이브 리페어 헤어 오일
외출하며 에센스를 까먹고 안 챙기는 바람에 사자갈기가 된 머리를 처치하고자 급히 올리브영에서 샀었다. 향도 거의 없고 너무 점도가 무겁지도 않고 적당해서 바르기가 기분 좋고 편하다. 꿀처럼 나오는 노란색의 에센스 질감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개털같이 휘날리던 머리를 차분하고 우아하게 그루밍한 고양이털로 만들어준다.
10. 메디힐 수분 톤업 선크림 (노란색) / 메디힐 수분 유브이컷 선크림 (파란색)
인류학자 강유미가 도믿걸로서 무신사에서 희대의 라이브를 진행하여 구매한 제품이다. 나는 강유미의 열렬한 팬이므로 평소에 절대 안보는 라이브를 강유미 때문에 보다가 선크림을 거의 세트로 샀다. 강유미는 이 날 선크림이 얼마나 순한지 보여주기 위해서 눈 주변과 얼굴에 선크림을 떡칠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물벽 선크림이라 도믿걸이 주문을 외던 것처럼 정말 얇게 펴 발리고 얼굴을 물광피부로 만들어준다. 유브이컷을 바른 직후의 날 발견한 직장상사가 피부가 왜 이렇게 요즘 좋아졌냐는 소리를 건네기도 했다. 강유미는 유브이컷 선크림을 마치 맛집 간판에 걸려있는 메인 메뉴 같다는 표현을 했는데 확실히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기본 로션 같은 제형이면서도 무리하게 톤업하는 기능이 없어 하얗게 몰리는 부분을 없애려고 힘겹게 애쓸 필요도 없고 가볍게 발리면서도 촉촉해서 바쁠 땐 스킨 없이 이것만 발라도 무리가 없다. 건조해서 그냥 로션 대신 바를 때가 많을 만큼 자주 쓴다.
톤업 선크림은 약간의 톤업을 시켜주는 대신 유분감이 좀 있고 기름진 주제에 보습력이 떨어진다. 멋모르고 유브이컷처럼 로션 같을 줄 알고 이 선크림만 발랐다가 피부가 건조해지기도 했다. 스킨케어를 하고 바르면 문제는 없다. 톤업을 매우 살짝쿵 시켜주므로 필요에 따라 오히려 톤업선크림이 반가울 때도 있다. 골고루 펴 발라주긴 해야 하지만 부자연스럽게 하얗게 들뜨는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왠지 다음엔 구매 안 할 것 같다.


내 화장품은 사실 이게 다는 아니고 서랍에 조금 더 있다. 정신없이 화장품이 마구 놓여있는 걸 원래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쩌다 보니 이런저런 제품을 사들여서 타공박스 주변이 꽉 차버렸다. 얼른 쓰고 해치워서 분야별 최적의 제품 하나씩만 전시해 놓고 미니멀리스트가 되도록 하겠다.
참고로 버즈는 ’씽크웨이‘사의 버즈 라이트이어다. 매일 포즈 바꿔서 재롱떠는 버즈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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