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을 즐겨하는 가족을 통해 원더 스트링이란 학원을 알게 되었다.
네이버에 게시된 미술관 같은 우아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에 이끌려 예약 후 상담을 받으러 갔다.
원더스트링은 샛강역 2번 출구에서 직진하면 나온다.
Wonder String 영어로 꼬부라진 간판이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지만 매우 예쁘다.
솔로지옥의 최혜선 같은 밝은 호감형의 우아하신 원장님이 마치 ENFP 유형처럼 명랑하게 오랜만에 만난 제자인 나의 가족과 나를 맞아주셨다.
근황을 이야기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약간의 소외감과 내향형 인간의 에너지가 차차 소멸되어 가던 와중, 원장님은 야채주스를 하나 주시며 신속하게 학원 공간과 예약 시스템을 설명해 주셨다.
악기학원에 소소한 음료나 커피가 무료로 제공되고 원생들이 언제든지 꺼내마실 수 있다는 점에 새삼 놀라웠다. 어떤 음료가 더 있나 냉장고를 한 번 열어볼 걸 그랬다.
원장님은 스튜디오메이트(Studiomate) 란 어플을 설치하라 알려주셨고 앞으로 이 앱을 사용해서 예약이나 변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24시간 연습실 이용이 가능하고 레슨은 5시간 전까지 예약 시간변경 가능하며 어플 사용이 꽤 직관적이고 쉬워 보였다.
수강비를 결제하자마자 바로 사라지긴 아쉽고 하루빨리 바이올린의 숨결을 느껴보고자 당일 수강이 가능할지 문의드렸다. 다행히 강사님의 수업이 빠르게 잡혔고 이번엔 원장님보다 더욱 파워 E 같으신 ESFP 같은 선생님이 등장하시며 활기차게 강의실로 인도해 주셨다.
강사님 성함은 선우은빈 강사님이시다. 차근차근 바이올린의 부품 명칭부터 알려주셨다.
바이올린의 현을 조정하는 검은 부분들은 '팩', 바이올린의 가느다란 윗부분은 '넥'인데, 토끼귀를 잡고 토끼를 잡아 들어 올리는 비유를 들며 바이올린의 목을 잡고 들어 올리시는데 갑자기 야생 속에서 사냥하는 법을 배우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했다.
바이올린 몸통에 있는 예쁜 문양 같은 홀이 f홀, 이 f홀을 통해서 소리가 공명하고 퍼져나가는 원리를 알려주시는데 매우 대단한 구멍이었음을 깨닫고 감탄했다.
이어서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리는 법을 배웠다.
바이올린에 턱을 괸 채 손을 쓰지 않고 어깨와 턱만으로 바이올린을 몸에 고정시켜 보라 하셨다.
내가 바이올린을 착 고개로 붙여 고정시키자, 원래 이렇게 한 번에 되지 않는다고 배우는 시간을 많이 아꼈다고 격려해 주셨다.
활 쥐는 법도 배웠다. 왠지 모르게 어렸을 때 젓가락 쥐는 방법을 익히던 시절이 떠올랐다.
활을 쥔 채로 내 손 모양을 요리조리 살펴보는 중에, 강사님이 뜬금없이 만들기를 잘하냐 물어보셔서 그렇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손재주가 좋긴 하다)
강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원래 처음 바이올린 활을 만져보는 사람이 활을 잘 쥔 채로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이 없고 이런 사람은 10년 만에 처음 봤다고 하셨다. 계속된 칭찬의 말씀에 혹시 정말 재능 있는 걸까 싶어 마음속으로 희망이 설레발치며 샘솟았다.
그리고 활 긋는 법도 배웠다.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브릿지 사이의 현 중간 부분을 일직선으로 평행하게 그어야 했다.
강사님이 내 활 방향이 휘지 않도록 직접 두 팔로 차로를 만들어 보이시며 자동차 차로유지보조 시스템을 예로 들어 설명하시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비틀거리며 차로이탈하는 나의 주행패턴을 바꾸기 위해 연습실로 튀어 들어가 활 긋는 연습을 해보았다.
목표하는 곡이 있느냐 물어보셔서 스테이지파이터를 매주 시청하는 나는 머릿속에 즉시 떠오르는 스테파 오프닝곡 파가니니를 말씀드렸었다. 악보나 음계 보는 건 초등학생 수준일 텐데 언제쯤 그 로망이 이루어질까 싶지만 머릿속으로는 파가니니 음악을 떠올리며 맹렬하게 활 긋는 연습을 했다.
차분한 색감의 코노 같은 연습실이 여러 군데 나뉘어 있었는데 한 사람이 활을 휘두르며 움직이기에는 충분할 것 같다.
이미 좋은 악기들이 학원에 마련되어 있어 머리 털나고 처음 활을 처음 그어보는데도 맑은 소리가 나서 시작이 순조롭다는 기분이 들었다.
전에 영드 셜록홈즈를 보는데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소파에 누워 제멋대로 바이올린을 켜거나 일렉기타 연주하듯이 바이올린을 휘갈기는 장면을 보고 나도 저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바이올린의 소리는 머릿속을 긁어주는 듯이 시원하다.
나도 언젠가 미친놈처럼 파가니니를 연주할 수 있는 그날까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