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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시 리뷰

힙합크루 울플러 첫 단독 콘서트, 낭풍파랑 감상 후기

by 이트리(yttree)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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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나를 두른 힙한 관객과 엄한 찢데님을 입고간 나

 
콘서트 표를 받으며
두 시간 전 일찍 와서 팔찌를 먼저 받으러 갔다. 혼잡할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그렇게 혼잡하지 않았다.. 소속사를 낀 아이돌들 콘과 다르게 예림당아트홀은 알록달록한 로고나 나뭇바닥부터 소박하게 느껴졌고 어디든 가리지 않는 재야의 고수들의 겸손함이 느껴지는 홀이었다.
팔찌를 받으러 입장하는데 전투적으로 스모키화장을 하고 가죽재킷에 데스트로이드팬츠를 입은 나에 비해 스태프분들 차림이 다소 얌전해서 약간 숙연해졌다.
인근의 투썸에서 파니니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점점 나 같은 블랙 앤 레드 가죽재킷 군단들이 카페 밖을 줄줄이 지나가서 은근히 반가웠다. 당당히 레드반다나를 두른 분들을 보며 많은 용기와 격려를(?) 받았다. 멤버들이 콘서트 중에 저 반다나 힙합느낌으로 잘했다고 칭찬해 주더라.. 나도 다음엔 반다나를 두르고 가야겠음.
 
할로 아버님을 콘서트에서 어쩌다가 뵀는데(만난 건 아니고 지나가다가) '할로 아버님~아버님도 사진 찍으세요~ 찍어드릴게요'하고 다른 멤버의 어머님으로 추측되는 듯한 분이 말씀 건네시는데 아버님이 할로와 정말 닮으셨음 ㅋㅋ 까무잡잡하시고 진한 느낌의 인상이심. 주변에 다 여자들뿐이라 쑥스럽다고 사진 찍지 않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말씀하시더이다. 귀여우셨음. 

주변에 영상을 찍는 분들에게는 민폐였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멤버들의 말마따라 나도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어서 함성을 지르는데 집중하느라 영상을 찍진 못했다. 아이돌 콘이었으면 직원들 고나리에 영상 찍는 건 꿈도 못 꿨을 텐데 관객들이 대포를 장착하고 휴대폰으로 계속 영상 찍으며 콘서트를 즐기는 풍경은 처음 봐서 신기했다.
 
오프닝
멤버들이 베이지색 셔츠를 입고 포근하고 산뜻하게 오프닝을 열어줬다. 뭔가 새로워서 한 번 더 다시 보고 싶은 무대였음..그러고 나서 솔로무대를 한 것 같은데 내가 기억하는 순서는 틀릴지도 모른다. 영상이 X나 유튜브에 꽤 올라와있으니 참고하시길. 나는 간단하게 감상을 기록해 보겠다.
 
- 솔로 무대 -
베이비슬릭 
베이비슬릭 영상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블랙 드레스의 차림으로 각선미를 자랑하며 춤을 추는데 현대무용을 보는 느낌이었다.
스우파 2에서 수많은 배틀을 보여줬으니 희귀한 섹시컨셉을 다시 들고 와준 것 같다. 계급댄스에서 크러쉬의 곡을 할 때 스우파콘에도 좋았지만 이번 콘에서도 우아한 몸놀림을 보여주어 놀라웠다.
베이비슬릭의 개쎈 팝핑이나 힙합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다음 콘서트를 위해 남겨두었다고 생각하겠다^^

해치왱
베이비슬릭과 상반되는 쿨힙을 보여줘서 분위기가 전환되고 좋았다.
중절모스러운 모자와 정장 입은 왱박사의 선택은 너무나 옳았다. 이번 내가 본 여느 아이돌 빨간 염색 보다 컬러감이 쨍하고 예뻤다.
소울댄스라고 설명해 줬던 것 같은데 앗쌀하고 개간지 줄줄이었다

예니초
예니초의 춤을 미디어에서 많이 못 본 것 같은데 이번에 볼 수 있어 시원했다. 다리놀림 재간둥이 미쳤음

미니
절도 있으면서도 낙지가 살아 통통 튀는듯한 매우 집중해서 본 무대였고 미니가 미니 했다. 미니의 춤은 항상 조용한 광기가 느껴져서 좋다.

초콜 
첫 시작부터 느린 무빙을 보여줬는데 그 강약조절에 미칠 뻔.. 숨이 잠시 멎을 뻔해서 소리가 약했다면 다들 그 딥초콜릿 아우라에 숨을 쉬지 못한 것이리라. 분위기 반전시켜 에너지 있는 춤도 보여줬는데 너무 좋았다. 초콜 사랑해..

할로
파랑조직의 보스의 무게가 느껴지는 무대였다. 스우파 드렁큰타이거 배틀 때 보여줬던 느낌도 보이고 천국에서 쫓겨난 루시퍼가 발악하는 듯한 딥다크한 느낌이 매우 인상적이었음. 

듀엣배틀
해치왱 예니초 배틀도 파워풀한 그루브 너무 좋았고 베이비슬릭과 미니 배틀도 구르고 갱갱갱하는 미친 모션을 실제로 봐서 반가웠다.
스우파콘을 갔는데도 내가 간 날에 그들이 안 뽑혀서 못 봤던 할로초콜 힙합+하우스 듀엣 배틀을 드디어 보다니 황홀경이었음..

내 좌석은 I열 3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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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풍파랑 무비
내가 예상했던 느와르 느낌이랑 너무 맞아떨어져서 몹시 반가웠다.ㅋㅋㅋ 파랑 조직연기에 사람들 다 터짐ㅋㅋㅋ
화면 가득 포마드 보스 할로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시뻘게의 은발 할로도 너무 좋았는데 포마드할로는 더 극락이고 내 안의 뜨거운 느와르 로망과 갈증을 채워주었음..
초콜이 어항 보며 할로와 대화할 때 의미심장한 눈빛 연기 매우 몰입감 있었다. 근데 반다나로 어항을 뜬금없이 닦길래 피식 웃음.. 나도 반다나로 왠지 뭔가 닦고 싶어지잖아!ㅋ

회장님의 여친이었던 미니를 자르지 않고 남겨놨다는 썰도 그렇고 미니랑 할로 둘이 술 마시고 소파에 드러눕는 씬에서 할로는 뭔가 미니짝사랑하는 듯한 느낌이고 혼자 허탈하게 웃는데 약간 망상에 설렘ㅋ

예니초는 형님 안녕하심까 인사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재간둥이막내 양애취느낌 너무 그럴듯했음ㅋㅋㅋ
해치왱도 중경삼림에 양조위 좋아했던 숏컷배우 느낌 나고 그저 귀여웠다 ㅎ
베이비슬릭 가방에 총 쌀 때 눈빛 카리스마 좋았고 미니가 골목길에서 멍 때리는 표정 뭔가 공허하고 배우의 느낌 있었다

계속 회장님 찾는 급조한듯한 병맛스토리였지만 그런대로 멤버들의 느와르 비주얼 보는 쾌감이 있었다 ㅋ
울플러가 대기업 아이돌이었으면 무술가 붙여줘서 서로 주먹질하거나 액션 하는 것도 보여줬을 텐데 아쉽지만 다음 시즌 2에서 기약하기로ㅎㅎ(멋대로 기약한다)

게스트 무대
영파씨도 꽤 인상적이었다 예쁘장한 걸그룹인 줄 알았는데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았고 음악색이 힙합으로 뚜렷해 보여서 독특하게 느껴졌다. 라이브도 꽤 시원하게 잘하고 확실히 리더라 그런지 춤도 잘 추고 나는 정선혜만 보였다.

그룹 무대
비 오는 날이었는데 우산느와르(?) 퍼포먼스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초콜 포함해서 세 사람 옆으로 도는 테크닉은 볼 때마다 너무 좋음. 사물놀이 상모 돌리기 볼 때의 쾌감이 있음ㅋㅋ

힙합이즈 데드 뒤에 스크린 깔아놓고 한 무대도 간지.. 스티키/지디곡도 연이어서 해줬던 것 같은데 미디어로만 본 무대들을 실물로 보니 심히 반가웠음. 울플러 트레이드마크 늑대포지션 신성하고 영험했다..

생각도 못했는데 울플러버전 칠리도 해줘서 돌고래고성맨 돼버림ㅠㅠ 스우파2에서 민소매 정장/선글라스입고 보여준 힙한 무브먼트..그 충격 잊지 못한다.. 베이비슬릭이랑 초콜이 안보이던데 2층으로 가줬나 봄. 할로가 내 라인에 와줘서 좋았다ㅠ 막 통로에서도 누워서 뭘 하던데 못 봐서 아쉽..

팬미팅
팬미팅으로 큐앤에이를 하는데 진짜 멤버들이 고생한 게 많이 느껴졌음. 온갖 매니지먼트를 자체적으로 하느라 춤에 더 열성을 다하지 못했단 생각에 많이 아쉬웠나 본데 그래도 나는 오랜만에 울플러 색깔 온전히 느끼고 갈 수 있어 만족이었다.
이번에 한 번 콘서트 열어봤으니 다음엔 더 수월할 테고 공식적으로 왱박사님이 다음에 또 보고 싶다고 하셨으니 계속 기대할게요.^^
 

팬미팅하며 팬서비스컷 포즈 잡아주고 으르렁에 사이렌에..행복했다..


팬미팅 후 공연
다른 분들이 뽀삐뽀삐 얘기하길래 그것만 할 줄 알았더니 생각도 못했는데 으르렁에 라이즈 사이렌까지 해줬음.. 미친.. 주먹 입 대고 조인성처럼 부르짖음.. 팬미팅 시작 전에 자리를 뜬 분들이 별로 없긴 했는데 간 분들 심히 안타까웠고 러푸푸 가입하길 너무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사이렌 너무 좋아하는데 아이디어 낸 할로 너무 칭찬하고 사랑한다ㅠㅠ 내 앞옆분들한텐 미안하지만 콘서트 중 진심 이성을 잃고 괴랄맞게 괴성을 지르던 순간이었음.. 사이렌초콜을 보다니ㅠㅠ제발 다음에 한 번 더 갑시다..
방광염이 올 것 같았으나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콘 끝나고 다행히 다른 옆 건물에도 화장실이 있었는데 진짜 오랫동안 비워냈음ㅋ
 
댄서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공연 기획, md준비 배송, 연습, 상연까지 실질적으로 매니저나 대기업의 자본 없이 댄서들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던 노력이 여실히 느껴졌던 콘서트였다. 몸이 다섯 개라도 모자랐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만의 개성과 춤을 보여주고 팬서비스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느껴졌다. 
엠디준비에 암표상 잡고 스태프 부르랴 연습하랴 말 그대로 지옥같이 힘들었을 텐데 최선을 다해 개인기량 200% 발휘해 무대를 보여준 울플러에게 감사하다. 나 같은 내향인들은 소리를 지르고 지르다가도 잠깐 입 다물고 춤을 눈으로 음미하며 담아두는 시간도 필요한데 함성이 적게 느껴진 구간이 있었다면 충격적인 무빙에 놀라 숨 멎을 뻔하고 눈으로 열심히 간직하느라 그런 거라 생각해 주면 좋겠다.

근데 중간중간 꼭 마지막 콘서트인 것처럼 말해서 자꾸 뭐래ㅠ 하게 됐음. 지옥 끝까지 쫓아가고 응원할 테니 마지막은 없다! 아이돌 공연 가서 꺄악거린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예술성 충만한 스트릿댄서들의 단독 콘서트를 충분히 감상하고 즐길 수 있었다는 것 자체에 매우 만족하고 그저 감사했던 하루였다. 콘서트를 열어주고 성황리에 끝내준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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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성이 담긴 아래 영상은 음소거나 볼륨을 줄이고 보셔야 합니다.
눈에 담으려고 분량은 몇 4초만 찍고 껐다. X에 직캠들이 많이 올라왔으니 풀버전은 다른 곳에서 감상하시길..
함성 작아서 아쉬웠댔는데.. 울플러님덜아 나는 거의 계속 이 상태였다고요ㅠㅠ

이성을 잃은 자의 사이렌을 듣고 싶다면 볼륨을 키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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